서론
임신나이 34주에서 36주까지의 후기 조산은 전체 조산의 71%, 모든 분만의 약 8.7%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1]. 후기 조산아는 34주 이전에 태어나는 조산아들에 비해 그 정도가 덜하기는 하지만 37주 이후에 태어나는 만삭아들과 비교하면 신생아 시기에 호흡곤란으로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하여 환기보조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임신나이 34주 이전에는 호흡곤란증후군의 발생을 감소시키기 위해 조산 위험이 높은 산모에게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것이 표준 권고사항으로 되어 있다[
2] 임신나이 34주에서 36주까지의 후기 조산에서의 산전 스테로이드의 효과에 대해서는 2016년 대규모의 무작위 임상시험이 있었는데 이 연구에서 후기 조산아에서도 산전 스테로이드가 호흡기 합병증을 의미 있게 감소시킴이 확인되었다[
3]. 이에 따라 미국 산부인과학회(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ACOG)에서는 산전 스테로이드의 투여를 기존의 34주 이전에서 34주에서 36주까지의 후기 조산까지로 대상을 확대하여 권고하게 되었고[
4] 후기 조산아에서 산전 스테로이드 치료가 신생아의 호흡기 합병증을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기도 했다[
5,
6]. 그러나 아직 후기 조산아에서의 산전 스테로이드의 위험-효과와 비용-효과 측면에서의 근거가 충분치 않아 계속하여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다.
산전 스테로이드는 투여 24시간 이후에 가장 효과가 좋으며 투여 이후 적어도 7일은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
8]. ACOG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고 있는 현재의 산전 스테로이드의 표준 권고 용법은 베타메타손은 24시간 간격으로 2번, 덱사메타손은 12시간 간격으로 4번을 투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최대의 효과를 보기 위해선 마지막 투여가 분만 24시간 전에 완료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7,
9].
그러나 이렇게 완전히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가 분만 24시간 이전에 완료되는(complete) 경우는 특히 후기 조산의 경우 실제로는 흔치 않다. 일부 연구에서 산전 스테로이드가 일회만 투여된 경우라도 뇌실내출혈과 신생아 사망을 감소시켰음을 보고한 바가 있으나[
10] 아직 이렇게 불충분하게(incomplete) 투여된 산전 스테로이드의 신생아 호흡기 합병증 감소 효과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본 연구에서는 산전 스테로이드가 불충분하게 투여된 후기 조산아와 산전 스테로이드가 한번도 투여되지 않은 후기 조산아 간에 호흡기 합병증의 발생빈도를 비교하여 불충분하게 투여된 산전 스테로이드의 신생아 호흡기 합병증 감소 효과를 분석해보고자 하였다.
대상 및 방법
1. 연구대상
2019년 1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임신나이 34+0주에서 36+6주에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출생한 총 601명의 후기 조산아들의 의무기록을 후향적으로 조사하였다. 세쌍둥이 이상의 다태아 42명, 주요 선천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5명, 입원 중 사망한 1명과 타 병원으로 전원을 간 1명의 아기들은 연구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에 대한 분류는 산전 스테로이드가 (1) 분만 7일 이전에 투여되었으나 이후 분만 전까지 추가로 투여되지 않은 경우, (2) 분만 14일 이전에 투여되고 이후 분만 전까지 추가로 총용량 또는 일부 용량이 투여된 경우, (3) 분만 7일 전부터 분만 24시간 전 사이에 총 용량이 모두 투여된 경우, (4) 분만 전 7일 이내에 투 여가 시작되었으나 분만 24시간 전에 총 용량이 모두 투여되지 못한 경우, (5) 한 번도 투여되지 않았던 경우로 분류하였고, 1항을 조기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early antenatal corticosteroid), 2항을 구조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rescue antenatal corticosteroid, 3항을 완전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complete antenatal corticosteroid), 4항을 불완전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incomplete antenatal corticosteroid), 5항을 산전 스테로이드 미투여(no antenatal corticosteroid)로 정의하였다. 본원 산부인과에서는 산전 스테로이드로 베타메타손만을 사용하고 있어 덱사메타손을 사용한 경우는 없었다. 베타메타손이 분만 24시간 이전에 2회 모두 투여된 70 명, 분만 7일 이전에만 투여된 또다른 70명과 분만 7일 이전에 투여되고 이후 분만 전까지 총 용량 또는 일부 용량이 투여된 44명의 아기들은 분석대상에서 제외하였다. 결과적으로 산전 스테로이드가 한 번도 투여되지 않은 256명과 산전 스테로이드가 투여가 분만 전 7일 이내에 시작되었으나 분만 24시간 전에 완료가 되지 못한 112명의 후기 조산아들을 합하여 총 368명의 후기 조산아들이 최종 분석대상에 포함되었다(
Figure 1).
2. 연구방법
연구대상 후기 조산아들과 그들의 산모들의 의무기록을 고찰하여 산모의 임신 및 분만력과 태어난 신생아의 인구학적 및 임상적 특성들을 조사하였다. 스테로이드 투여의 완료 및 미완료 기준은 ACOG 산전 스테로이드 가이드라인에 따로 기술된 것은 아니나, 2016년에 Canadian Neonate Network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사용한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 완료 기준을 참고하였다[
3].
일차 결과변수는 신생아 호흡기 질환 유무였고, 이차 결과변수는 환기보조치료필요 여부와 신생아중환자실 입원 여부였다. 신생아 호흡기 질환은 호흡곤란증후군(respiratory distress syndrome)과 일과성 빠른 호흡(transient tachypnea of the newborn)을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하였고, 환기보조치료는 침습적 기계환기와 비지속기도양압(nasal continuous positive airway pressure), 고유량비캐뉼라(high-flow nasal cannula)를 포함하는 비침습적 기계환기로 정의하였다. 호흡곤란증후군은 정상 산소포화도 유지를 위해 30% 이상 농도의 산소가 필요하면서 가슴 X-선 사진에서 미만성 폐실질 음영 증가가 확인된 경우로 정의하였고 일과성 빠른 호흡은 호흡곤란으로 환기보조치료가 필요했으나 가슴 X-선 사진에서 호흡곤란증후군에 합당한 소견이 없었던 경우로 정의하였다. 본원에서는 임신나이 34주에 태어난 조산아는 모두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하기 때문에 신생아중환자실 입원은 임신나이 35주 이후에 태어난 후기 조산아들에서만 조사하였다.
3. 통계분석
불충분한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군과 산전 스테로이드 미투여 군간에 일차와 이차 결과변수의 빈도를 비교하였고, 기초 특성 (baseline characteristics) 즉, 산모와 신생아의 인구학적 및 임상적 특성 중 두 비교군 간에 유의한 차이(P<0.1)를 보였던 변수들을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이용하여 보정하였다. 일차 및 이차 결과변수 모두 임신나이에 크게 의존하므로 분석은 전체 연구대상 환아들을 태어난 임신나이에 따라 34+0–34+6주, 35+0–35+6주, 36+0–36+6주 의 세 구간으로 층화하여 시행하였다. 두 군 간의 비교는 연속 변수인 경우는 t-test로, 이분 변수인 경우는 chi-square test를 사용하였고, P값이 0.5 이하인 경우 통계적 유의성을 인정하였다. 모든 통계분석에는 IBM SPSS Statistics version 25 (IBM Co., Armonk, NY, USA)를 사용하였다.
4. 연구윤리
본 연구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료윤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의 심의를 통과하였고 후향적 의무기록 고찰 연구로 동의서는 면제되었다(IRB B-2204-752-104).
결과
1. 불완전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군과 산전 스테로이드 미투여군 간의 기초 특성 비교
임신나이 34주대의 후기 조산아들에서는 불완전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군에서 산전 스테로이드 미투여군에 비해 조기 분만통과 남아의 빈도가 더 높았으나 그 외에는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임신나이 35주대에서는 쌍둥이의 빈도가 불완전 산전 스테로이드군에서 더 높았던 것 외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임신나이 36주대에서는 불완전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군에서 산전 스테로이드 미투여군에 비해 전자간증과 전치태반의 빈도는 높고 쌍둥이의 빈도는 낮았으며 임신나이는 적었다. 그 외에는 구 군 간에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Table 1).
2. 불완전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군과 산전 스테로이드 미투여군 간의 신생아 호흡기 질환, 환기보조치료와 신생아중환자실 입원 빈도 비교
임신나이가 증가할수록 신생아 호흡기 질환, 환기보조치료와 신생아중환자실 입원의 빈도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Figure 2). 불완전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군과 산전 스테로이드 미투여군 간에
P값이 0.1 미만으로 차이를 보였던 기초 특성들로 보정을 하였을 때, 임신나이 34주대, 35주대, 36주대 모두에서 불완전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군과 산전 스테로이드 미투여군 간에 신생아 호흡기 질환, 환기보조치료와 신생아중환자실 입원 빈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Table 2).
고찰
본 연구의 결과 임신나이 34주에서 36주에 태어난 후기 조산아에서 산전 스테로이드가 불완전하게 투여된 경우와 산전 스테로이드가 투여되지 않은 경우를 비교하였을 때 신생아 호흡기 질환, 환기보조치료와 신생아중환자실 입원의 빈도에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을 확인하였다. 2016년에 후기 조산아에서도 산전 스테로이드가 신생아 호흡기 합병증을 의미 있게 감소시킨다는 무작위 배정 임상 시험 결과가 보고되고[
4] 이에 따라 ACOG에서 임신나이 34주에서 36주의 산모에서도 조산이 예상되는 경우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를 권장하는 지침[
4]이 발표된 이후로 실제 임상 현장에서 임신나이 34주 이후의 산모에서도 36주 이전에 분만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산전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려는 경향이 뚜렷이 있어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태아 폐의 미성숙을 이유로 분만을 가능한 늦추거나 적극적으로 자궁수축 억제제를 사용하게 되는 임신나이 34주 이전과는 달리 임신나이 34주 이상에서는 분만을 의도적으로 늦추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11]. 따라서 조기 분만통, 전치 태반, 전자간증 등이 있어 출산 예정일 이전에 분만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가능한 지체 없이 분만을 진행시키거나 유도 또는 제왕절개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임신나이 34주 이후에는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를 분만 24시간 전까지 완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예정된 유도 분만이나 제왕절개술을 하는 경우에는 산모를 산전 스테로이드 완전 투여를 위해 미리 2–3일 전에 입원시키는 것이 아직은 보편적이지 않고 조기 분만통이 걸리는 경우에는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가 완료되기 전이나 완료 후 24시간 이내에 분만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본 연구의 결과에서도 임신나이 34주대에서는 산전 스테로이드 완전 투여가 20.8%, 35주대에서는 13.2%, 36주 대에서는 10.3%에서만 이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Figure 1). 반면 불완전하게 산전 스테로이드가 투여된 경우는 임신나이 34주대에서 48.1%, 35주대에서 27.6%, 36주대에서 9.0%로 적어도 임신나이 36주 미만에서는 실제로 산전 스테로이드가 완전하게 투여된 경우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인지 ACOG에서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 대상을 임신나이 36주까지로 확대한 이후로 아직 후기 조산아에서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의 효과에 대한 연구 보고들이 아직은 많지 않은 상태이다.
산전 스테로이드의 신생아에 대한 긍정적 효과는 투여 후 24시간 이후에 가장 좋으며 투여 이후 적어도 7일간은 효과가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 따라서 베타메타손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분만 전 7일 이후에 첫 용량이 투여되고 두 번째 용량이 분만 24시간 전에 투여가 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 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렇게 산전 스테로이드가 투여되는 경우를 완전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로 정의하였다. 그러나 본 연구의 주된 관심인 불완전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의 효과에 대해서는 보고 된 바가 거의 없는데, 분만 전 베타메타손이 일회만 투여된 경우에도 뇌실내출혈과 신생아 사망이 감소되었다는 보고가 있기는 하다[
3]. 본 연구의 결과는 불완전하게 투여된 베타메타손은 신생아 호흡기 합병증과 환기보조치료의 필요를 감소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이에 대해선 앞으로 계속 추가적인 연구결과를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
산전 스테로이드가 산모와 신생아에게 감염성 합병증을 증가시키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혈당은 잘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2,
13]. 그러나 저혈당은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와 관계없이도 후기 조산아들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이다. 본 연구에서는 전체 후기 조산아 552명 중 단 14명에서만 혈당(blood sugar) 40 g/dL 미만의 저혈당이 발생하였는데, 이중에 9명은 산전 스테로이드 미투여군, 1명은 산전 스테로이드가 분만 7일 이전에 투여된 조기 투여군, 3명은 불완전 투여군, 나머지 1명이 완전 투여군으로, 저혈당의 발생이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신생아 호흡기 질환, 보조환기치료와 신생아중환자실 입원의 빈도는 임신나이가 많아질수록 줄어드는 것을
Figure 2에서 확인 할 수 있다. 호흡곤란증후군과 일과성 빠른 호흡을 포함한 개념인 신생아 호흡기 질환은 임신나이 34주대에서 71.9%, 35주대에서 19.6%, 36주대에서 15.1%의 발생빈도를 보였고 유사하게 보조 환기치료를 시행한 빈도도 각 임신나이 주대에서 73.4%, 21.6%, 15.1%이었다. 특히 임신나이 34주대에서 호흡기 질환과 보조환기 치료의 빈도가 매우 높은데 이는 이 시기의 산전 스테로이드의 투여가 태어나는 신생아에게 이득이 많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면 임신 나이 36주대에서는 신생아 호흡기 질환과 보조환기치료의 빈도가 낮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산전 스테로이드로 인한 득과 실을 잘 따져서 투여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실이란 비단 신생아 저혈당과 같은 부작용뿐만 아니라 산전 스테로이드 투여로 인한 산모 입원 기간의 증가로 인한 의료비 상승이나 분만의 인위적인 지연으로 인한 문제 등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2017년에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산전 스테로이드는 신생아 호흡기 합병증이나 환기보조치료의 필요를 감소시켜주는 효과 외에도 주산기 사망, 신생아 사망, 뇌실내출혈, 괴사성 장염 등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4]. 본 후향적 연구의 대상에는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한 아기들뿐만 아니라 일반 신생아실에 입원한 아기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퇴원 이후의 사망, 뇌실내출혈, 괴사성 장염 등의 발생에 대해서는 분석이 가능하지 않았다. 그러나 임신나이 34주 이상의 후기 조산아에서는 주산기 및 신생아 사망이나 뇌실내출혈, 괴사성 장염 등의 신생아 합병 증의 발생빈도 자체가 매우 낮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도 산전 스테로이드가 효과가 있는지 평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는 임신나이 34주에서 36주 사이의 산모에서 산전 스테로이드가 실제로 투여되는 가장 흔한 형태인 불완전하게 투여된 산전 스테로이드의 효과를 분석한 최초의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결과는 후기 조산아에서 불완전 산전 스테로이드가 신생아 호흡기 합병증과 환기보조치료의 필요를 감소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지만, 단일기관에서 시행된 후향적 연구라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아직 후기 조산에 대해서는 산전 스테로이드의 투여 지침이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아서 병원마다 산부인과 의사 별로 상이한 현실에서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산전 스테로이드의 사용 실태를 알아보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그 효과를 분석해보았다는 데에서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향후 후기 조산에서 완전하게 투여된 산전 스테로이드뿐만 아니라 불완전하게 투여된 산전 스테로이드의 효과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대규모 무작위 배정 연구가 이루어져야 실제 임상 현장에서 후기 조산에 대한 산전 스테로이드의 적용이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